프로덕트 디자이너 공부를 시작하면서 숙달했다고 생각했던 기본 이론까지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본래 커미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색상 이론같은 기본적인 기술을 활용해왔다. 주로 다루던 색은 철저히 ‘감각적인 색’이었다.
“이 그림에선 이 색이 어울리겠다”, “이 캐릭터는 따뜻한 톤이어야 한다” 같은 본능적인 선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된 건, 프로덕트 디자인에서는 색이 단순한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언어라는 것이었다.
RGB와 CMYK, ‘그때 그 사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시절, 클라이언트에게 작업한 그림을 인쇄해서 납품해야 했는데, 모니터에서 보던 선명한 청록빛이 인쇄물에서는 칙칙한 잿빛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땐 단순히 “인쇄소가 잘못했나?” 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제가 작업한 건 RGB(빛의 3원색) 기반의 색상이었고, 실제 인쇄는 CMYK(잉크 4원색)를 쓰기 때문에 색이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예시 이미지
RGB 청록 (#00E5FF) CMYK 청록 (C:60M:0Y:20K:0)
이 사건 이후, 저는 클라이언트와 대화할 때 반드시 “이 결과물이 디지털용인가, 인쇄용인가?” 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색상환, 감각에서 체계로
예전엔 색상환이 그냥 미술 수업 교재 같은 느낌이었다.
“예쁜 색 조합을 고를 때 참고할 만한 원형 차트 정도?”
솔직히 내 감각만으로도 색 상환을 참고하지 않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어리석은 태도였다.
감각에 치중한 나머지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본 법칙조차 무시해버린 것이다.
“왜 나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지 못할까?” 라는 자책의 답을 색 상환 속에서 찾았다.
감각은 주관적인 개념이라 객관적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색상환은 디자인 아웃라인을 짜기도 시작하기전에 숙지해야하는 알파벳과 다름없다.
흔한 적용법은 다음과 같다.
• 보색 관계: 단순히 강렬한 대비가 아니라, UI에서 버튼을 눈에 띄게 만드는 전략.
• 유사색 조합: 자연스러운 조화뿐 아니라 브랜드 톤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
• 삼각색 조합: 단순히 다채로움이 아니라, ‘밝음–활기–균형’ 을 동시에 전달하는 구조.

• 보색 관계 예시: 파란색 메인 배경에 오렌지 버튼 → 시각적으로 즉시 주목됨. • 유사색 조합 예시: 초록(#4CAF50) ~ 청록(#009688) 톤을 연결한 금융 앱 컬러.

• 삼각색 조합 예시: 노랑(#FFEB3B), 빨강(#F44336), 파랑(#2196F3) → 교육 서비스용 아이콘에 활용.
성공적인 브랜드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색상환을 기반으로 “브랜드 팔레트“ 라는 것을 만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GUCCI의 대표 팔레트를 가져왔다.

위에서 설명한 3가지 개념을 조화롭게 활용하므로써 소비자에게 “럭셔리“ 임을 각인시킨다.
첫 번째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컬러는 구찌 로고의 대표 색상이다.
• 머스타드 옐로(#BD9302): 럭셔리와 빈티지 무드를 동시에 담아내는 황금빛 톤.
• 딥 그린(#0A6A56): 자연과 헤리티지를 상징하며, 구찌의 클래식한 DNA를 이어가는 컬러.
• 브릭 레드(#A82B11): 강렬하고 관능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색감으로, 브랜드의 대담함을 드러냅니다.
이 세 가지 색상은 단순한 조합이 아니다. 구찌는 보색 대비와 유사색 조합을 절묘하게 믹스하여,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함과 동시에 균형감을 만들어냈다.
브랜딩에서 색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닙니다. 사용자가 브랜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기억하는 촉각 없는 감각인 것이다. 구찌처럼 색을 브랜드 전략에 적극 활용하는 것은,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색상 이론의 심화인 색상 심리학까지 융합하게 되는데 추후에 브랜드 구축 주제에서 자세하게 다루겠다.
달라진 태도, 달라진 언어
일러스트레이터로써 색을 ‘표현의 도구’ 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의 이미지속에 내가 느낀 감정을 전달하고, 그림 속 캐릭터의 성격과 장면을 담아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공부하는 지금은 색을 ‘소통의 언어’ 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를 태면:
•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메시지
• 브랜드가 주고 싶은 정체성
• 사용자가 앱에서 느껴야 하는 편안함
대표적인 예시로 Airbnb를 들 수 있다.

1.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메시지
Airbnb는 앱 전체에 걸쳐 ‘예약하기(Book)’라는 단 하나의 강력한 CTA(Call-To-Action)를 배치한다.
숙소 리스트, 상세 페이지, 위시리스트 어디서든 동일한 보라색 버튼이 반복되면서 “지금 눌러야만 원하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는 압박감을 준다.
이 버튼은 단순한 UI 요소가 아니라 ‘여행의 시작점’ 이라는 심리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2. 브랜드가 주고 싶은 정체성
Airbnb는 ‘어디서나 속할 수 있다(Belong anywhere)’ 라는 슬로건으로 정체성을 정의한다.
2014년 ‘Belo’ 로고를 공개하면서 “하트 + 위치핀 + 사람” 을 하나의 심볼로 융합해 “낯선 곳에서도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다” 는 약속을 시각화하였다.
이 로고는 숙소의 문 손잡이, 호스트가 남기는 손편지, 체크인 안내 카드 등 모든 접점에 녹아들어 사용자에게 ‘당신은 이곳에 속해 있다’ 는 감정을 지속적으로 주입한다.
3. 사용자가 앱에서 느껴야 하는 편안함
Airbnb는 사진·후기·메시지 세 가지 요소를 통해 ‘디지털 안심’ 을 만든다.
• 사진: 따뜻한 자연광, 구석구석 꾸며진 실제 거실·주방 사진으로 “내 집 같다” 는 느낌을 준다.
• 후기: 이전 게스트가 올린 생생한 사진과 한줄평이 5개씩 미리보기로 노출돼 “나도 이 사람들처럼 편하게 지냈다” 는 확신을 심어준다.
• 메시지: 호스트와의 첫 메시지 창에는 “안녕하세요, ○○님! 즐거운 여행 되세요” 라는 친근한 문구가 자동 삽입돼 부담을 줄여준다.
이 모든 경험이 앱 안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포근함으로 이어지며, 사용자는 숙소를 예약하는 순간도, 도착해서 체크인하는 순간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Airbnb는 단순한 숙박 플랫폼이 아니라, ‘버튼을 눌러야 시작되는, 어디서나 속할 수 있는 편안한 여행’이라는 경험을 디자인한 브랜드이다.
이 모든 소통이 색으로부터 시작된다.
마무리
돌아보면, 색을 ‘감각’으로만 다루던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배우는 ‘체계적인 색상 이론’이 훨씬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과거의 실패 경험이 지금은 나의 자산이 되었으니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개인적인 감각 + 이론적인 체계를 연결하며 디자인 역량을 넓혀가려한다.
색은 홀로도 여전히 말하지만, 조합된 색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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