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우연히 그 물건을 손에 쥐었을 뿐이었다.
작고, 투박하고, 시대에 뒤처진 기계였다.
버튼은 힘을 줘야만 눌렸고, 화면은 빛이 거의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편함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건 정말 최선이었을까?’
처음엔 그냥 궁금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며칠, 몇 달, 그리고 몇 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어떤 감각이 그 물건을 통해 깨어난 것 같았다.
그 후로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지하철 노선도의 색상은 왜 이렇게 탁한지,
앱의 버튼은 왜 오른쪽 하단이 아니라 중앙 하단에 있는지,
카페 의자는 왜 오래 앉으면 허리가 아픈지.
하나하나가 질문이 되었고, 그 질문은 점점 집요해졌다.
그러다 깨달았다.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하루를, 습관을, 심지어 생각하는 방식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나도 그런 것을 만들고 싶다고.
하지만 마음만으로는 부족했다.
UX/UI,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디자인이라는 단어 아래엔 내가 모르는 세계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배웠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실패한 프로토타입을 수십 개나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나는 한순간의 감탄으로 끝나는 경험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몇 년 뒤에도 문득 떠올리고, 그때를 생각하며 웃거나 다시 힘을 내게 하는,
그런 경험을 디자인하고 싶었다.
이 글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수많은 실패와 몇 번의 성공,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통해 배운 것들.
이 이야기가 끝날 때쯤이면, 나 스스로도 왜 내가 이 길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더 분명하게 알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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